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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디] 루시퍼의 눈물 1-2: 엔지니어로서, 또 카톨릭 신자로서 바라본 소설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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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디] 루시퍼의 눈물 1-2: 엔지니어로서, 또 카톨릭 신자로서 바라본 소설은...

Elletse 2013. 2. 16. 10:41

(스포일은 없습니다.)

검은 표지에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딱 중간 두께의 소설책 2권. 이 책을 쓴 작가는 마이클 코디, 이 전에도 신의 유전자, 크라임 재로 등 많이 알려진 소설을 쓴 작가이다. 특히 신의 유전자는 그 충격적인 줄거리가 아직도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소설.

이 책의 가장 큰 두 가지 가정은 다음과 같다.

- 카톨릭에 대항하는 새로운 종교가 생겼다. (그리고 그 세력이 카톨릭의 그것을 넘어섰다)

- 실리콘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기기 대신, 빛을 사용하는 이른바 광기기가 보편화 되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가정 모두 내겐 뜨악, 한 가정이다. 실리콘반도체 설계가 내 전공이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그것을 이용하여 의료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거고, 그리고 카톨릭 신자이니까.

옛날 댄 브라운의 소설들이 한참 인기를 끌 때, 한 신부님께 여쭤본 적이 있었다. 그런 책들 읽어도 괜찮냐고,,,

신부님의 대답은 명쾌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재밌는 읽을거리로 받아들이면 그게 왜 문제가 되겠냐 하셨다. 신부님도 재밌게 읽으신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 때의 대답을 발판삼아 재미있게 읽어보자며 시작한 소설.

그런데.... 무서웠다. 밤에 자기 전에 읽고 악몽을 꿀까봐 덜덜 떨면서 잤다. 사후세계 프로젝트며, 영혼을 소환하는 장치며, 그리고 사탄(악마).... 단언컨대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소설은 아니다.

다만, 책 속에 등장했던 실리콘, 무어의 법칙, 이중 슬릿실험, 뇌전도, 근전도, 안전도 등 친숙한 내용이 많아서 참신했을 뿐. 그래, 어찌보면 작가가 이런 과학 기술의 틈새에서 이야기 거리를 찾아낸 것이 놀랍고 대단하다.

다음은 엔지니어로서 느낀 단상들.

-가까운 미래라는 시간적 설정은 참으로 의미있다. 이미 무어의 법칙이 맞기 힘들 정도로 실리콘 반도체 공정 기술은 많은 발전을 했고, 그 정도의 급격한 발전은 앞으로는 계속 기대하기는 힘들듯. 하지만 소설 속 가정처럼 빛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기까지는 과연 얼마나 걸릴지?

-근전도나 안전도를 사용해서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이미 놀랄 아이디어도 아니다만, 그것도 아직까지는 많은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데... 이도 아니고 뇌파를 이용해서 생각을 잡기까지는 너무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옛날 관련 책 속에 삽화로 들어있던 "양 꿈을 꾸면 양이 모니터에 디스플레이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윤리도덕적 측면에서 언제나 옳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 특히나 그 중간 단계에서 기술과 사람과 의학을 동시에 바라보아야 하는 내 연구를 수행할 때, 그 가치관을 바로 하고 연구에 임해야 하겠다.


ps.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건강상의 문제로 사의를 표명하셨다. 교황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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